[詩文學]

침묵하는 연습 <유안진>

雪松 박차수 2022. 3. 11. 22:31

    침묵하는 연습<유안진>


    
   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
   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
   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
    더욱 공허를 느끼기  때문이다
   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
   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?
   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
   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
   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
   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
   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
   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
   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
    침묵하는 연습,
   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
   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
   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
   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
   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
    
     
    -유안진 수필집<그리운 말 한마디>中에서-
    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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