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詩文學]

지나간다 - 천양희

雪松 박차수 2024. 10. 9. 20:47

 

 

 






바람이 분다
살아봐야겠다고
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
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
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

지나간 것은
그리워진다고 믿었던
날들이 다 지나간다.
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
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

절망은
희망으로
이긴다고 믿었던
날들이 다 지나간다
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
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

가치 있는 것만이
무게가 있다고 믿었던
날들이 다 지나간다
사소한 것들이
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
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
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
'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'고
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


지나간다 / 천양희