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좋은 글귀와 名言]

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-이정하

雪松 박차수 2022. 5. 16. 16:03


    **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** <이정하>

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
   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  
                    -이정하  
    햇볕은 싫습니다.
   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,
   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
   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.
   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,
   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
   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.
    어서 오세요, 그대.
   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.
   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
   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.
    그대의 젖은 어깨, 그대의 지친 마음을
   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. 비 오는 간이역,
   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.
   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.
   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
    지나가버려
   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
    까닭입니다.
   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
   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,
   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
    
     
    -이정하