카테고리 없음 옥중편지 한 장 훔쳐보기 雪松 박차수 2018. 3. 22. 07:55 옥중편지 한 장 훔쳐보기어머님 불러봅니다 선산에 조상님 성묘도 못가고 옥중에서 애태 우며 어머님을 불러봅니다. 당신의 불효자식 놈은 이순 진갑이 지나고 지금부터 어머님 계신 곳으로 따라가려고 누에고치 모양 집짓 는 작업을 서두르며 꽃잎처럼 떠가고 있답니 다. 어린 시절 타이르시고 꾸짖어 주시던 화 살같은 말씀들이 이제는 흐르는 물가에 비치 는 그림같이 귀를 연 내게 선명하게 들립니 다. 내가 살던 고향을 목이 터져라 불러 봅니 다. 소용없는 불러봄이지만, 나으실 제 괴로 움 다 잊으시고 밤낮으로 애쓰시던 그 마음, 아무리 목 터져라 골백번 불러봐도 부처님 입가의 번지는 미소인 양 당신의 눈가의 그 늘진 미소를 건져낼 순 없고, 세월이 가면 갈 수록 보고픈 마음 사무치지만 지난 추억일뿐 입니다. 이제는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뜨거운 솔차 한잔 같이 할 수 없으니 모두가 한이 맺힙니다. 언제나 당신께서는 자식놈 만져보고 찬바람 부는 쪽에 당신 몸을 두셔서 바람을 막아주 셨습니다. 이 불효자식놈은 옥중에서 또 못 찾아 뵙고 정월 초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. 이 불효자식놈 십오척 담장 안에서 중죄인 되어 무릎 꿇고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합 니다. 아버지 어머님께서 저 어린 시절, 분에 넘치 는 사랑으로 길러주신 은혜 나이 들면서 철 이 나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. 언젠가 어머님이 병석에서 말씀하셨지요? 하얀 고무 신 신고 하얀 눈이 내린 길 아무도 걷지 않 은 길로 한없이 걸어보았으면 하시던, 그런 꿈이라도 꾸어 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지요? 어머님 떠나가신 후에 바로 어머님 무덤가에 서 하얀 고무신 새로 사고 좋아하시던 소장 품과 같이 태워드렸으니 하얀 고무신 신으시 고 눈이 내리면 아무도 밟지 않은 길 마음껏 걸어보시고 꽃이 피면 꽃구경도 많이 하시고 다리가 아프시면 풀섶에 앉아 쑥내음 맡으시 며 맑은 하늘도 올려다 보시며 구경 많이 하 세요. 불효자식놈은 언제나 첫눈 내릴 때부터 다음 봄까지는 어머님 생각을 하는 아기가 됩니다. 이밤이 새고 나면 아침 예불에 아버지 어머 님 극락왕생을 발원할 예정이오니 부디 극락 왕생하시옵고 다음 세상에서 인연이 되면 이 승에서 못다한 효도 후회없이 다 하겠습니다. - 청송교도소에서 못난자식-